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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올빼미

사랑해서 외로웠다 - 이정하

by 피어나는 2018. 3. 20.

나는 외로웠다.    

바람 속에 온몸을 맡긴 

한 잎 나뭇잎. 

때로 무참히 흔들릴때, 

구겨지고 찢겨지는 아픔보다 

나를 더 못 견디게 하는 것은 

나 혼자만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는 

외로움이었다. 


어두워야 눈을 뜬다. 

혼자일때, 때로 그 밝은 태양은 

내게 얼마나 참혹한가. 

나는 외로웠다. 

어쩌다 외로운 게 아니라 

한순간도 빠짐없이 외로웠다. 


그렇지만 이건 알아다오. 

외로워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라는 것. 

그래, 내 외로움의 근본은 바로 너다. 

다른 모든 것과 멀어졌기 때문이 아닌 

무심히 서 있기만 하는 너로 인해, 

그런 너를 사랑해서 나는, 

나는 하염없이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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