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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올빼미

오래된 서적書籍 - 기형도

by 피어나는 2018. 3. 20.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에서, 텅 빈 희망 속에서 
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분주히 
몇몇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 
넘겨보며 서표書標를 꽂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 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하지만 그 경우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거짓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꿈꾸어야 한다, 단 
한 줄일 수도 있다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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