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에서 봤던 노숙사 폭행을 좀더 자세히.
그 때 나는 눈누난나 오늘은 DC의 첫날~ 창가에 앉아서 아침 먹으면서 사람들 구경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가게에 들어갔었다. 들어갈 당시에도 그 가게 앞에 노숙자가 있었으나 그때는 신경쓰지 않았음.
그러나 주문을 마치자마자 컨퍼런스 콜 요청이 들어오고, 주문을 포장으로 변경하고, 마침내 나온 샌드위치를 낚아채서 달리다가 라떼도 시켰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신호등 두개나 건넌 상태.
...
돌아감ㅋ
그런데 마지막 신호등 너머로 아까 봤던 노숙자가 막 그 가게에서 나오는 여자의 머리를 때리는 걸 봤다. 이렇게 쓰니까 어감이 약한데, 후려갈기는 수준이었다. 내가 선 곳까지 타격음이 들리는 느낌. 그 여자는 비명을 지르고 노숙자를 쳐다보다가 가게 안으로 다시 도망쳤다.
자 이제 나는 어떡해야 하나.
...
신호등 건너감ㅋ
내 3.5달러 3.5달러 ㅠ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가게로 향하는데 다행히 노숙자를 피해 진입할 수 있었다. 카운터에 얌전히 있는 내 라테를 손에 넣고 나서, 가게 점원 아줌마에게 이르기 시작했다.
맴 당신 가게 앞에서 홈리스가 손님을 공격해여.
왓?@_@
점원 아줌마와 손님인 아저씨는 당황하더니 매우 침착한 태도로 경찰을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 홈리스 어딨는데?
저기 문앞에...
하며 가리켰는데 그 아저씨 아주 유유하게 신호등을 건너가고 있었다.
오 지금 저기 가네요. 저 홈리스가 아까 어떤 여자를 정말 세게 때렸어요. 그 여자는 다시 당신 가게로 도망갔는데.
어떤 여자?
그그.... the woman in....(손으로 머리에 이케이케)
스카프 두른 여자?
네네.
그래 나도 봤어. 다시 들어와서 반대쪽 문으로 나갔는데.
아무튼 저 홈리스는 이제 갔네요. 다행이에요.
그리고 나도 호텔로 돌아와서 미팅을 했다. 첫날에 노숙자의 폭행을 봄으로 인해 해지고 나서 씨티 구경할 생각은 싹 사라졌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경계심 업업. 나 한국에서 노숙자가 사람 때리는 건 못 봤는데 여긴 덩치도 크고 폭력적이야ㅡㅡ;
생각해보니 그 여자 무슬림이었다. 선글라스 쓰고 세련되게 입었지만 그 스카프는 멋으로 두른 게 절대 아니었어. 그게 설마 영향을 끼쳤으려나 이제서야 생각이 든다.
3.
호텔을 씨티 한 가운데, 박물관 근처로 잡았다. 헿... 고객이 내 숙소 위치를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결국 근무 일정 중에 박물관을 볼 기회는 오지 않았다. 호텔은 매우 좋았으나 컨시어지 아저씨는 기분 나빴다.
백인 할아버지였는데, 미국 처음 오면 지도보고도 길 못 찾을 수 있지, 왜 내가 어느 박물관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는데 얼굴도 안보고 내 말 끝을 꼬박꼬박 잡아요? Sir are you busy? you never look at me? 라고 말하고 올 걸, 어휴 고객한테 그렇게 구는데 왜 내가 예의를 차렸을까. 생각해보면 난 비행기에서도 땅콩 좀 더 달라는 요청을 승무원이 거절했을 때도 암말 못하고 눈치보는 사람이었다. 서비스업종에게 약함 ㅠㅠ 왜 나 고객인데 눈치 보냐고 ㅠㅠ 새삼 짜증.
4.
팁을 주기 위해 1달러가 많이 필요하다. 첫 이틀은 자꾸 잊어먹어서 침대에 팁 두고 나오는 걸 잊어버림 ㅠㅠ 그랬더니 하우스키퍼가 침대 시트 끝에 피를 뭍혀놓으셨어....ㄷㄷ.............
그걸 보고 나는 어떻게 했게.
남은 이틀 동안 Privacy Please를 걸어놓았다......ㅋ
스트레스 받느니 서비스 안 받고 제가 방을 깨끗히 쓰겠어오. 후.............
5.
미국은 다 커.
Big is good. 컵케익을 사도, 스프를 사도, 나 혼자 다 못 먹겠다 ㅡㅡ;;;;;
게다가 미국은 oz를 쓴다. 몰라... 이거 몇 키로인지 모르겠어.... 그래서 체리를 2oz를 샀다. ㅋ 엄청 많아서 내내 먹었음.
누가 체리 30개 이상 먹으면 배탈난다고 알려줘서 매일 세어가면서 먹었다. 질리도록 배가 터지도록 먹고 싶었는데... 왜 많이 먹으면 배탈나는 건데 야속하게... 다만 그 덕에 변비 없이 잘 살았음. 체리 고마워.
6.
카다시안들은 대단해. 케이블에서 매일 매일 카다시안 따라잡기가 방송된다. 이렇게 미국 전역에 매일 자기네 이야기가 나오는 가족이라니. 대통령보다 더 자주 나오는 듯. 이쯤이면 문화계 대통령 아니냐며... 돈은 진짜 어마어마하게 쓸어담았겠더라. 꼬꼬마때부터 저 리얼리티를 했으니 방송이 자기 삶이고 자기 삶이 방송일 듯하다. 저렇게 노출된 삶을 사는 건 어떤건지 궁금해지더라. 방에 들어오면 무조건 티비를 켜놨었는데, 그렇게 매일 미국 티비를 보자니 사람들이 왜 관종이 되고 싶어하는지 이해되는 느낌이었다. 미국 티비는 그런게 있다. 진짜 자본주의 최고 끝판왕이야.
'일상의 상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쁜 버릇 (0) | 2017.10.27 |
---|---|
해가 지는 바다 (0) | 2017.10.22 |
워싱턴 DC 2일차 (1) | 2017.07.31 |
이제... 인정해야지. (0) | 2017.06.18 |
without seeking the answers. (0) | 2017.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