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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상념

해가 지는 바다

by 피어나는 2017. 10. 22.

보스턴에서 뉴욕으로 갈 때 암트랙 기차를 이용했다. 메가버스와 비교하면 한참 비싸고 시간은 똑같이 걸리지만...

왠지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기분을 내고 싶었다. 

암트랙 이용 후기를 찾던 중 누군가 왼쪽에 앉으라는 귀뜸을 남겼고, 착실하게 왼쪽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알고보니 왼쪽에서는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차창 너머로 정박된 작은 요트와 보트, 물가의 단촐한 집과 아기자기한 수목, 때론 커다란 저택을 낀 잔잔한 물가가 고요하게 흘러갔다.


시카고 호텔에서 미시건 호수를 볼 때는 위에서 그 어마어마한 수평선을 봤기 때문인지 바다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암트랙에서 보는 해안선은 오밀조밀한 배들이 정박한 모습이나, 소박한 집들 때문인지 도리어 잔잔한 호숫가를 보는 것 같았다.









해가 지며 구름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해 지는 모습을 이렇게 보았던 때가 언제였더라.

충격적으로 아름다워서 정신없이 바라보다가 다급하게 사진을 찍었다.

여행을 하며 반드시 남기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바로 이 순간 이 풍경이 아닐까 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줘, 좀만 더 보게 해줘, 라고 속으로 바랬지만

하지만 해는 착실하게 잠에 들러가버렸다. 







종종 기억난다.

미국 여행 어땠어? 라고 물을 때 보스턴-뉴욕행 기차에 앉아서

물 위로 지는 해를 보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말주변이 없어서, 화려한 미국을 여행한 소감으로는 너무 소박해서 

입 밖으로 꺼내본 적은 없지만


덜컹거리는 기차에 앉아서 혼자

석양지는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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