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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상념

기형도를 좋아한다고?

by 피어나는 2017. 11. 15.

그 사람 시는 너무 우울하지 않아?


그래도 기형도의 시에는 연민과 애정이 묻어있다. 그 우울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은 우울이야. 





그때 눈이 몹시 내렸다. 눈은 하늘 높은 곳에서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지상은 눈을 받아주지 않았다. 대지 위에 닿을 듯하던 눈발은 바람의 세찬 거부에 떠밀려 다시 공중으로 날아갔다. 하늘과 지상 어느 곳에서도 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처럼 쓸쓸한 밤눈들이 언젠가는 지상에 내려앉을 것임을 안다. 바람이 그치고 쩡쩡 얼었던 사나운 밤이 물러가면 눈은 또 다른 세상 위에 눈물이 되어 스밀 것임을 나는 믿는다. 그 때까지 어떠한 죽음도 눈에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메모(198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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