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의 발인날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제일 먼저 보았던 기사에 마음이 서늘하고 슬펐다.
벌써 가니 종현아.
잘가. 고생 많았어. 수고했어.
휴가날 아침, 미뤄놨던 잔일을 처리하러 한가한 대낮의 거리를 걸어가며 종현의 엘리베이터를 들었다. 그의 소식을 듣고도 제대로 그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발인날이 되어 다행히 추모할 기회를 얻었다.
엘리베이터 속에 비친 자신.
넌 왜 그래? 넌 왜 그래?
솔직히 말해봐...
넌 왜 그래?
노래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음악에 자신을 털어놓았구나...
어두운 나날은 계속 될 것 같았고 태어나지 않은 날로 돌아가고 싶었다.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나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도 모르도록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먼지처럼 그냥 사그러들고 싶었다. 마음은 무채색으로 가득차서 아무것도 들어오지 못했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어떤 것을 접해도 마음에 아무것도 다가오지 않았다. 그 때는 가슴이 너무너무 꽉 차서 그런게 들어올 공간이 없었다.
비워내지 않으면 죽겠구나 싶어서 죄의 향방을 썼다. 그래 그 때 나는 그래도 살고 싶었다. 살고 싶어서 나 대신 죽어줄 대상을 찾았고 장장 1년에 걸쳐 써내려갔다. 삶이 우스워서 일생이 마냥 불행하지는 않다. 죄의 향방을 쓰는 동안 나는 회복되어 갔고 반대로 착실히 절망으로 흐르는 이야기에 괴로웠다. 그런 순간도 오더라.
나를 당장 죽일 것 같았던 무서웠던 그 우울이 그를 몇년이나 쫓아다녔구나. 나는 이야기 하나를 완성하고서야 벗어났던 그 우울을 몇 곡이나 노래를 써도 벗어날 수 없었구나. 그럼 그의 우울은 얼마나 깊었던 걸까. 손에 잡히지 않는 그 우울이, 들여다보기 무서울 정도로 까마득했을 것만 같아...
삶이 우스워서 일생이 마냥 우울한 것이 아니다. 감기같더라는 표현은 정확하다. 나는 우울했어도 순간 웃음을 참을 수 없을 때도 있었고, 바람처럼 즐거움이 나를 휩쓸 때도 있었다. 그리고 삶이 원래 그런거라며. 길고 힘든 여정 속에 잠깐씩 반짝이는 행복과 웃음에 기대어 살아가는 거라며. 그거 우울한 사람도 그래요. 그 사람들이 마냥 울고만 있지는 않아요.
그 짧은 기쁨이 지나가는 앞뒤의 공백은 모두 끝 간데 없는 허공이었다. 잠시지간, 며칠, 혹은 몇달 삶이 살만하다고, 버틸만 하다고 생각할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오산이라는 듯 거대한 망치를 들고 감기같은 우울이 나를 찾아와 후려쳐댔다. 쓰러져서 무릎 꿇고, 다시 일어나지 못할 직전까지 때리다가, 갑자기 사라져 나를 살만하게 했다. 그리고 날 잊은 건 아니지? 물으며 다시 목 끝까지 물에 잠기게 했다.
감기같은 우울이 정말로 고문같았다.
남들도 정말 다 이렇게 사는 건지, 그럼 그게 정말 나만 힘든 건지, 그러면 내가 문제인건지... 정말로 내가 약하고 모자라고, 그렇다면 나는 처음부터 태어날 때부터, 잘못 만들어졌구나. 다들 이렇게 사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자라고 부족한 존재. 나를 괴롭히는 나 자신. 생각은 그렇게 흘러간다. 당연하잖아. 세상은 나에게 생각이 많고 감정적인 사람이라 그렇다고 이유를 던져주는 걸. 거기서 뭘 더 어떡해야 해.
언젠가 끝날, 지나갈 감정에 왜 그리 힘들어하며 목숨도 버리냐며 물을 수 있지. 하지만 그건 지나갈 감정이 아니야. 끝날 감정도 아니야. 곧 다시 올 테니까. 그래, 쨍하고 해 뜰 날 있겠지. 그리고 우울도 다시 찾아온다. 다년간의 학습으로 확실히 배우게 된다. 우울은 다시 찾아온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나를 죽일 기세로 후드려 팰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 생각할 것이다. 정말 다들 이렇게 사는 건지, 나만 문제인 건지...
이런게, 정말 지나간다고 말할 수있는 것인가?
평생을 계속된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인가?
벗어나도 벗어나도 그건 자꾸만 나를 따라오고 원인은 내 안에 있다고 한다.
반복되다 보면 버틸 힘이 사라진다. 자꾸 스스로를 괴롭게하는 나 자신에게 혐오와 미움이 깃든다. 이 따위 몸뚱이, 이 따위 삶...
지금 나의 구간은 살 만하다. 나는 이야기를 계속 써보기로 결정했고, 좌절에 굴복하여 파멸을 선택하는 이야기를 썼으니, 반대로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 긍정에 대해서도 써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
언제 또 우울이 찾아올 것임을 나는 안다. 감기같은 고문같은 우울이 올 때 좀 더 버틸 힘을 얻기 위해 그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당신도 같은 과정이 있었겠지. 노래를 쓰며 괴로워했던 감정이 무엇이었을지 어렴풋히 감히 짐작해본다.
삶이 폭풍같았죠.
이제는 쉬어요.
아무도 이제는 괴롭게 하지 않을거에요.
고요함만 있을거에요.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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