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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돌아온 자 - 박노해 진실은 사과나무와 같아 진실이 무르익는 시간이 있다 눈보라와 불볕과 폭풍우를 다 뚫고 나온 강인한 진실만이 향기로운 사과알로 붉게 빛나니 그러니 다 맞아라 눈을 뜨고 견뎌내라 고독하게 강인해라 거짓은 유통기한이 있다 음해와 비난은 한 철이다 절정에 달한 악은 실체를 드러낸다 그대 아는가 세상의 모든 거짓과 악이 총동원되었어도 끝까지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자는 그 존재만으로 저들의 공포인 것을 ​진실은 사과나무와 같아 진실한 사람의 상처 난 걸음마다 붉은 사과알이 향기롭게 익어오느니 자, 이제 진실의 시간이다 2020. 1. 2.
노동의 새벽 - 박노해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아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가지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가도 끝내 못가도 어쩔 수 없지 탈출할 수만 있다면, 진이 빠져, 허깨비 같은 스물아홉의 내 운명을 날아 빠질 수만 있다면 아 그러나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지 죽음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이 질긴 목숨을, 가난의 멍에를, 이 운명을 어쩔 수 없지 늘어쳐진 육신에 또다시 다가올 내일의 노동을 위하여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소주보다 독한 깡다구를 오기를 분노와 슬픔을 붓는다 어쩔 수 없는 이 절망의 벽을 기어코 깨뜨려 솟구칠 거치른 땀방울, 피눈물 속에 새근새근 숨쉬며.. 2020. 1. 2.
영혼의 울림 - 김영천 가야 고분 그 묏등에 올랐다. 비로소 세상이 보인다. 허무의 바람이나, 지친 육괴, 썩지 않은 뼈다귀들의 아우성이 보인다. 귀를 기울이면 웅웅웅웅 내면 깊숙이에서 들려오는 영혼의 울림. 다 헛되다 다 헛되다 한다. * 육괴: 고깃덩어리, 살덩어리 2020. 1. 2.
개인주의자 선언 48p. 인간의 내면에는 강제로 공개되어서는 안 될 최소한의 밀실이 있다. 국가형별권의 대상이 된 자에게는 그 밀실이 허용되지 않는다. 광장에 내걸릴 뿐이다. 그래서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다. 모든 것을 형벌로 다스리는 곳에 법은 있으되 개인은 없다. 81p. 발전기의 특징은 균등분배를 지향하는 토지개혁, 귀족의 세부담 증가, 국가 직영 최고교육기관 확대 및 공정한 과거제도를 통한 신진 엘리트의 등용에 있다. 패망기의 특징은 소수 귀족의 토지 사유화 증가로 인한 대농장화, 백성의 각종 세 부담 증가, 귀족 자제 중심의 사학 증가, 고위 관리 자제를 특채하는 문음, 음서 제도 확대를 통한 지배계급의 세습 구조 공고화, 과거제의 붕괴 등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병리 현상이 계속되면, 결국 사회적 불만이 극에.. 2019.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