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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심녹을 쓰는 이유 전개가 개연성이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습작할까 많이 흔들렸다. 그래도 완결은 어떻게든 내어야지. 마음을 다시 잡고 왜 얼심녹을 쓰려고 했나 다시 생각하니 잊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용서, 가 얼심녹의 주제였다. 나는 나를 위해 글을 쓴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욕망이 숨어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다. 죄향의 줄거리를 이야기 했을 때 S는 왜 아무도 용서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 질문에 놀라 어떻게 용서를 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S는 그냥, 아무도 용서를 하지 않아서 괴롭다고 말했다. 그게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그래서 용서를 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조금씩 밝은 데로 나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종국에는 행복한 이야기를 써야지. 그랬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기를 쓰고 이브를 긍정적인.. 2019. 3. 17.
치명적인 흠결 - 임영준 진원震源이 확실하고 꿍꿍이가 분명한데도 여전히 중구난방인가 뜨거운 맛을 보고서도 도무지 합치할 수 없는 치명적인 흠결에 결박된 혈맥이라 기어코 고사하고 마는가 남북으로 동서로 짓이기다가 종국엔 뻘밭이 될 것인가 몇 걸음 못 가 사라져버리는 처절한 폐허가 되고 말 것인가 2019. 2. 4.
절망은 어깨동무를 하고 - 이은봉 절망은 어깨동무를 하고온다 입모아 휘파람 불며주머니 가득 설움덩이 쑤셔넣은 채빌딩 옆 가로등 뒤에서가로등 뒤 철문 옆에서절망은 불현듯그대 가슴으로 온다 떼를 지어서너 명씩 무리를 지어허리춤 가득 눈물덩어리 찔러넣은 채 눈빛 부드러이 절망은 별안간 그대 심장으로온다 금빛 내일을 깔고 앉아간혹 슬픈 낯빛으로 울먹이기도 하면서전철역 지하광장에서지하광장 신문판매대에서절망은 콧노래를 부르며온다 사람들 눈길을 피해봄비는 발길을 피해그대 여린 손목에은빛 수정을 채우기도 하면서온다 우쭐우쭐 어깨짓하며투구를 쓰고 일렬횡대로절망이여 잠시 너희 이 날들이여그렇구나 오늘은 이미 네가 이 세상 절대권력이로구나 2019. 2. 4.
뼈아픈 후회 -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신상(神像)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 2019.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