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올빼미46 노동의 새벽 - 박노해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아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가지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가도 끝내 못가도 어쩔 수 없지 탈출할 수만 있다면, 진이 빠져, 허깨비 같은 스물아홉의 내 운명을 날아 빠질 수만 있다면 아 그러나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지 죽음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이 질긴 목숨을, 가난의 멍에를, 이 운명을 어쩔 수 없지 늘어쳐진 육신에 또다시 다가올 내일의 노동을 위하여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소주보다 독한 깡다구를 오기를 분노와 슬픔을 붓는다 어쩔 수 없는 이 절망의 벽을 기어코 깨뜨려 솟구칠 거치른 땀방울, 피눈물 속에 새근새근 숨쉬며.. 2020. 1. 2. 영혼의 울림 - 김영천 가야 고분 그 묏등에 올랐다. 비로소 세상이 보인다. 허무의 바람이나, 지친 육괴, 썩지 않은 뼈다귀들의 아우성이 보인다. 귀를 기울이면 웅웅웅웅 내면 깊숙이에서 들려오는 영혼의 울림. 다 헛되다 다 헛되다 한다. * 육괴: 고깃덩어리, 살덩어리 2020. 1. 2. 치명적인 흠결 - 임영준 진원震源이 확실하고 꿍꿍이가 분명한데도 여전히 중구난방인가 뜨거운 맛을 보고서도 도무지 합치할 수 없는 치명적인 흠결에 결박된 혈맥이라 기어코 고사하고 마는가 남북으로 동서로 짓이기다가 종국엔 뻘밭이 될 것인가 몇 걸음 못 가 사라져버리는 처절한 폐허가 되고 말 것인가 2019. 2. 4. 절망은 어깨동무를 하고 - 이은봉 절망은 어깨동무를 하고온다 입모아 휘파람 불며주머니 가득 설움덩이 쑤셔넣은 채빌딩 옆 가로등 뒤에서가로등 뒤 철문 옆에서절망은 불현듯그대 가슴으로 온다 떼를 지어서너 명씩 무리를 지어허리춤 가득 눈물덩어리 찔러넣은 채 눈빛 부드러이 절망은 별안간 그대 심장으로온다 금빛 내일을 깔고 앉아간혹 슬픈 낯빛으로 울먹이기도 하면서전철역 지하광장에서지하광장 신문판매대에서절망은 콧노래를 부르며온다 사람들 눈길을 피해봄비는 발길을 피해그대 여린 손목에은빛 수정을 채우기도 하면서온다 우쭐우쭐 어깨짓하며투구를 쓰고 일렬횡대로절망이여 잠시 너희 이 날들이여그렇구나 오늘은 이미 네가 이 세상 절대권력이로구나 2019. 2. 4. 이전 1 2 3 4 5 6 7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