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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안아줄래요 - 박현희 몸이 추우면 옷으로 가린다지만마음이 추운 것은무엇으로 가려야 좋을까요 아무리 두툼한 옷을 걸쳐 입었어도뼛속까지 깊숙이 파고드는 한기를도저히 어쩌지 못하겠네요 가끔은 누구나 그럴 때가 있듯이괜스레 요즘 내가좀 우울하고 슬퍼서 그런가 봐요 따스한 그대 사랑의 손길만이꽁꽁 언 내 마음을사르르 녹여줄 수가 있을 텐데 포근하고 아늑한 그대 품 안에나 좀 꼭 안아줄래요 2018. 3. 20.
사랑해서 외로웠다 - 이정하 나는 외로웠다. 바람 속에 온몸을 맡긴 한 잎 나뭇잎. 때로 무참히 흔들릴때, 구겨지고 찢겨지는 아픔보다 나를 더 못 견디게 하는 것은 나 혼자만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는 외로움이었다. 어두워야 눈을 뜬다. 혼자일때, 때로 그 밝은 태양은 내게 얼마나 참혹한가. 나는 외로웠다. 어쩌다 외로운 게 아니라 한순간도 빠짐없이 외로웠다. 그렇지만 이건 알아다오. 외로워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라는 것. 그래, 내 외로움의 근본은 바로 너다. 다른 모든 것과 멀어졌기 때문이 아닌 무심히 서 있기만 하는 너로 인해, 그런 너를 사랑해서 나는, 나는 하염없이 외로웠다. 2018. 3. 20.
슬픔이 없는 십오 초 - 심보선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그림자 거뭇한 길가에 쌓이는 침묵거기서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비가 새는 모든 늙은 존재들이새 지붕을 얹듯 사랑을 꿈꾼다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쥐어짜내는 오후과거가 뒷걸음질 치다 아파트 난간 아래로떨어진다 미래도 곧이어 그 뒤를 따른다현재는 다만 꽃의 나날 꽃의 나날은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어서 슬프다고양이가 꽃잎을 냠냠 뜯어먹고 있다여자가 카모밀 차를 홀짝거리고 있다고요하고 평화로운 듯도 하다나는 길 가운데.. 2018. 3. 20.
내가 너를 - 나태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너는 몰라도 된다너를 좋아하는 마음은오로지 나의 것이요,나의 그리움은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나는 이제 너 없이도너를 좋아할 수 있다 2018.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