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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 한강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나에게 말을 붙이고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오래 있을 거야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라고 말하게 될까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 였다는 것을 알겠어,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당신은내가 말하지 않아도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내가 무엇을 사랑하고무엇을 후회했는지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끝없이 집착했는지매달리며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 했는지 그러니까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그 윤곽의 사이 사이,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어리고지워진 그늘과 .. 2017. 11. 5.
작품 분위기 참고 돌체앤가바나 화보. 근대&중세 믹스의 회색시대를 저 느낌으로 연출하면 멋있을 듯.깔끔하고 현대적이면서 고전적이다. 요건 그냥 망토입은 신사가 멋있어서 ㅋㅋ뱀파이더 등장하는 중세 영화 보는 느낌! 2017. 11. 5.
나쁜 버릇 누군가의 인터뷰에서 글을 쓰는 건 자기에게 나쁜 버릇같은 거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였구나. 그래, 이건 나쁜 버릇이 맞다.노력해도 버릴 수 없는 나쁜 습관같은 것.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완결낼 때까지 멈출 수 없다. 일상의 무의식을 잠식한다. 어디에 써먹을지도 모르는, 순간 떠오르는 장면을 놓치기 전에 메모한 것들로 카톡창은 꽉차있다. 침대 머리 맡엔 노트와 펜이 항상 있다. 이게 뭐 그리 큰 것이라고 내 365일을 소비해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이게 그런게 아니다. 인생의 일부분을 소득없이 여기에 소비하게 되는 걸 알면서도 돌아온다. 알고 시작한 일이다. 뭐 어때, 인생에 나쁜 습관 하나쯤 있어도.아무짝에도 도움이 안된대도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일 하.. 2017. 10. 27.
죄의 향방 노트 말 그대로 노트사진이다.공.책. (중학교 때 샀던 낡은 공책이라 표지가 뜯어져 나갔다. 맨 앞장은 스토리텔링 연구했던 투더문이라는 게임에 대한 내용. 도로시는 2번째 공책.) 처음 죄의 향방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퇴근 후 컴퓨터를 쳐다보기도 싫었다. 그 놈의 디지털에 나는 질릴만큼 질려있었고, 아날로그로 회귀하고 싶었다.그래서 만년필을 샀고, 무언가 쏟아내고 싶었지만 일기는 쓰기 싫었다. 다년간의 일기 경험은 내 감정의 쓰레기통에 불과했다. 먼 훗날 다시 펼쳐보며 그땐 그랬지 하고 돌아볼 물건이 아니라, 펼치는 순간 그때의 부정적인 감정이 쏟아져 다시 들쳐보려니 차라리 태워버리고 말 그런... 그래서 매일 밤 침대에서 스탠드를 켜놓고 손으로 써내려갔었다. 그대로 잠들기 전까지... 도대체 인물 간의 대화.. 2017. 10. 22.